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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감독의 문제의식을 표출하기 위해서이다. 관객이 영화를 고르는 과정에는 이성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요인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장르,배우,감독 등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주는 것은 잘못된 추천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주제와 그 영화가 주는 감정적인 느낌과 관객이 처해있는 상황도 중요한 것일 수 있다. 먼저 주제부분을 살펴보자. 만약에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문제의식이 '현대사회의 인간소외'인 영화를 꼽는다고 해보자.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 김기덕의 <피에타> 같은 것을 들 수 있지만 극적 표현을 감안한다면 마틴 스콜세지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이해준의 <김씨 표류기> 등에서도 인간소외에 대한 문제의식을 볼 수 있다. 이 네 작품은 표현방식은 정말 극과 극일정도로 다르다.
그래서 주제로는 절대 영화를 추천할 수 없는거다. 피에타같은 예술영화를 보는 사람이 김씨 표류기같은 것을 좋아하겠나. 굳이 주제를 포함하겠다면, 표현방식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든가, 더 낮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표현방식만으로 추천하는게 아니다. 영화의 다양성을 세세하게 분류할 수 없기때문에 사람들의 평점을 기반으로 추천하는거다.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 좋아한 영화를 말이다.
주제부분을 영화요소에 추가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범주화가 불가능하다. 이것을 어떻게 추천으로 이어줄 수 있을까. 데이터도 없다. 아마 사용자들에게 주관식으로 데이터를 받아야할 것이다. 문장일수도, 단어일수도 있다. 이것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할까. 해시태그형태로 키워드로써 받아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아니 어쩌면 영화들이 문제의식이나 주제로 삼는 것들이 생각보다 한정적일 수도 있다.
인간은 매일매일 그 상황에 따라 상태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사람이 영화를 볼 때에 감정상태가 어떠한지, 영화관인지 아닌지, 누구랑 보았는지, 밤인지 새벽인지, 시험기간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등에 따라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그 평가는 극명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순간적인 상태변화뿐만 아니라 사람은 접하는 사건, 작품 등에 의해 크게 생각이 변화할 수 있다. 과거의 그와 현재의 그는 엄격하게 다른 사람이다. 따라서 과거의 내가 평가한 작품들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화를 추천하는 건 무의미하다. 과거는 중요치 않다. 지금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 미래에 어떻게 느낄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물론 사람의 취향이란 부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취향이 쭉 반영되있는 과거의 데이터를 토대로 그가 선호하는 영화만을 보여주면 그는 그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도움이 어쩌면 그를 그만의 세계에 가둬두는 일일 수도 있다. 그마저도 모르고 있는 그의 취향은 절대 만나볼 수 없을 것이고 비슷한 느낌의 작품에 고착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고객이 가진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사람마다 3개월 분량의 데이터만 이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데이터와 감정. 두가지 모두를 추천할 때 고려해야한다. 감정의 고려는 페이스북의 상태표시 기능을 응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위의 주제보다 감정상태는 훨씬 범주화되어 있으니까. 영화의 감정과 내 현재 감정을 토대로 지금 볼 영화를 딱 추천
왜 영화평가는 별점 5개로 퉁쳐내야하는가. 영화는 매우 다양한 요소를 함께 들어있는 복합 컨텐츠다. 스토리는 좋아도 연기가 구릴 수 있다. 겨울왕국처럼 스토리는 구린데 OST가 좋을 수도 있다. 트랜스포머처럼 연출은 별로인데 영상미는 좋을 수 있다. 타짜처럼 스토리는 별로인데 연기가 절정일 수 있다. 특히 연기력부분은 다른 것이 최악이어도 어느 배우만큼은 최고의 평점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수두룩하게 많다. 이것을 개별적으로 평가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훨씬 더 정확한 추천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동물의 객체유지방법에는 크게 R선택과 K선택이 있다. R선택은 한번에 몸집은 작고 성장이 오래 걸리지 않는 자식들을 다량으로 남겨 종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주로 균류와 어류와 곤충같은 생물이 취하는 방식이다. K선택은 적은 양의, 몸집이 큰, 오래걸리는 자식을 몇번만 낳는 방식이다. 이것을 영화 평가와 추천에 대입해보면 왓차는 R선택의 생존방식을 취한다. 많은 양을 평가하고, 퉁쳐서 빠르게 평가하고, 다량의 추천영화를 제공해준다. 그런데 나는 K선택의 생존방식이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싶다.
적은 양의 영화를 세세하게 평가해서 소량의 추천영화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한번에 많은 양의 추천영화를 보여준다고 다 기억하거나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영화는 사실 그렇게 자주는 못 보기때문에 한번 볼때 확실한거 보고싶고. 이음같은 소개팅 서비스를 확실하게 데이터를 받아서 진짜 제대로 추천해주는게 아닌가. 영화도 그럴 수 있어야 한다. 극단적으론 한 편씩만 딱 추천해주는 거다. 왓차는 한번에 여러개지만 이건 한번에 하나씩 네이버 라디오 뮤직 돌아가듯. 대부분 영화를 하나씩 보지 여러 개를 한번에 보진 않으니까. 게다가 심리적으로도 다지선다보다는 이중선다 그보다는 Yes or No 가 더 답하기 쉽지않나.
한 영화여도 항목별로 평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현재의 왓차시스템에서 어느 영화와 관련된 다른 영화를 추천할 땐 비슷한 장르와 느낌의 영화가 나타난다. 그런데 비슷한 장르와 느낌의 영화는 사실 별로 의미가 없지 않나. 어느 영화와 비슷한 영화가 아니라, 그 영화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가 추천되어야한다. 그 영화를 본 사람이 좋게 평가한 영화도 아니고, 함께본 영화도 아니다. 한 영화와 다른 영화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어야 의미있는 추천이다. 이것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려면 정말 머리가 빠지겠지만, 추천을 받으면 된다. 영화를 평가할 때 함께보면 좋은 영화도 입력받으면 알고리즘 돌릴 필요 없이 쉽게 되지 않은가. 떨어진 두개 사이를 잇는 것. 이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나 이런 추천은 관심을 못받거나 흥행에 실패해 제야에 묻힌 영화나 비주류인 단편,독립,고전 영화 등으로의 추천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코멘트도 좋지만 사실 어떤 영화에선 기나긴 평론과 토론도 필요한 법이다. 아무리 다른사람들과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와 생각이 있어도 지금의 어떤 영화 서비스에서든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기 어렵다. 접근하기 간단하고 피드백이 활성화되어있는 제대로된 대화채널이 없다는 것은 감상이 나에게만 갇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멘트만 남기고 마는 서비스는 반쪽짜리 SNS 일뿐이다.
차라리 영화마다 페이스북의 페이지같은 것은 어떨까. 지금 페북의 영화페이지는 배급사의 홍보채널이지 그 영화를 보고온 관객들의 대화공간은 아니다. 왓차의 상세페이지는 피드백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네이버의 리뷰 게시판이 가능한데, 게시판은 게시판이다. 누가 새로운 댓글을 달아도 알림은 주지 않고, 글을 쓰기까지의 접근성이 극히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내 친구가 리뷰를 썼는지는 전혀 알수도 없다. 그냥 왓차에서 코멘트 부분에 타임라인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되지 않을까.
왓차는 별점평가라고 하는 소극적인 피드백이 있긴 하지만 같은 컨텐츠를 본 사람들이 소통하고 싶어한다는 부분은 놓친 것 같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소재로 수다나 토론을 하는 것은 또다른 재미이고 의미이다. 왓차는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게 도와줄 뿐, 그 이상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 가치를 찾아낼 뿐이지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또한 나의 감정적 상태과 생각의 변화는 반영이 불가능하고, 영화도 어렴풋이 평가할 뿐이다. 추천은 100% 알고리즘 의존인 덕에 사람이 할 수 있는 더욱 고수준의 추천이 불가능하다. 예상평점기능은 좋지만 세상에 좋은 영화가 넘쳐나니 박리다매로 잔뜩 추천받은 좋은 영화들 중 다시 선택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래서 왓챠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만든다면, 목표는 두가지로 볼 수 있다.
- 첫째는 '지금의 내가 보면 딱인 바로 그 영화 추천'
- 둘째는 '영화를 넘어서는 상호소통의 즐거움'